12월 24일, 평소보다 1시간 늦게 나왔는데도 주차장 입구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주차했다. 평소 같으면 주차장 제일 끝으로 갔어도 고개를 내밀고 어디에 자리가 있나 봐야 할 시간이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이브는 목요일이었는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IT 사무실에는 전화벨 대신 J가 틀어놓은 캐럴이 울렸다. 사람들이 대부분 휴가를 가서 덩달아 우리도 일이 없었다. 나는 평소에 바빠서 못했던 업무를 끝내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주차장 입구 첫 번째 자리에 주차했다. 보통 아침 7시 반에 출근하는데도 이쪽 공간은 항상 꽉꽉 차 있었다. 여기에 주차하는 건 내년 크리스마스에나 가능할 듯 하다.
12월이 되어서부터 인사말은 ‘너 언제부터 휴가야?’ 였다. 달력의 숫자가 12월로 넘어가자마자 사람들은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와 휴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업무의 긴장감과 속도도 한 템포 느리게 느껴졌다.
팀원 S와 A가 초콜릿을 주었다. 지내기는 하지만 서로에게 큰 관심 없는 팀 분위기인데 크리스마스라고 초콜릿을 선물한다. 아기자기 귀여웠다. 나도 2.5유로짜리 작은 와인을 한 병씩 선물했다.
코로나 때문에 즐길 거리가 없는 요즘, 네가 조금 더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란다며 팀원 J가 깜짝 선물을 줬다(독일은 지금 확진자가 2만 명씩 나온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모두 취소되었고, 식당은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9시 이후에는 통행 금지이다. 집 안에서도 최대 5명 2가구까지만 모임이 가능하다). 동네 이웃 M 님은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와인과 쿠키를 선물해주셨다. 생각지도 못 했어서 마냥 좋기보다는 놀랬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는 큰 휴일도 아니고, 서로에게 작은 선물을 하거나 그런 분위기도 아니니까 나는 내 연말 휴가만을 기다렸지 크리스마스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J와 M 님 뿐만 아니라, 한국과 다르게 독일은 모두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당신의 크리스마스도 즐겁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분위기였다. 나의 독일에서의 첫 크리스마스는 나의 크리스마스가 조금 더 즐겁기를 바라며 선물과 인사말을 건네준 주변 사람들 덕분에 따스했다. 받기만 하고 전하지는 못했다. 내년에는 미리 준비해서 함께 나누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
팀원 J가 준 선물. 산타가 실수로 자기 집에 네 선물을 놓고 간 것 같다며 주었다. 초콜릿도 아니고 본격 선물을 받게 될 줄 몰랐어서 엄청 놀랐다. 독일에서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인데 코로나 때문에 즐길 거리가 많이 없어서, 조금 더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바란다며 주었다. 같은 팀에서 일해서 좋고, 환영한다고도 얘기해주었다. J는 우리 팀에서 유일하게 내가 일할 때 도움을 주고 싶고, 믿음직하다고 생각하는 동료인데 그런 동료가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고 얘기해줘서 기뻤다. 코로나가 끝나면 일 외에도 시간 보내면서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선물은 테라피 조명이었다. 내가 독일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겨울철 해가 짧은거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조명을 선물해주었나보다. 사실 쳐다보면 시력 잃을 것만 같은 눈뽕 조명이라 어디다 써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많이 고맙다.12월 25일 저녁, 같은 동네 사는 M 님이 가져다주신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동네 사는데 코로나 때문에 초대해서 같이 식사하거나 시간을 더 보내는 등 더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시면서 선물을 주셨다. 미안하시긴요…!!!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또 몸 둘바 를 몰라했다. 선물을 주려고 우리 집에 오고계시다는 M 님을 마중하러 걸어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M님은 어쩜 저렇게 선하실까, 우리는 정말 복 받았다, 치즈케이크 맛있게 구워지면 가져다드리자는 말 따위를 주고받았다.